Parasite

Parasite

This review may contain spoilers. I can handle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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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쇼트에서 카메라는 기우 가족의 아이레벨을 맞추려는듯 하강한다. 그것이 봉준호가 도달하고자 하는 시선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일종의 예의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영화 전체를 보면 홍경표가 촬영했던 영화에 (마더, 버닝) 에 비해서 공간에 대한 어색한 강박관념은 덜 느껴져서 만족스럽다. 봉준호의 스토리텔링 자체도 미끈한 스타일에서 조금은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바뀌었는데 그게 훨씬 자연스럽다.

1.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극 중 기우와 문광의 가족은 주로 동익의 가족이 주는 무언가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기우와 기정이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면을 대강대강 점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반대로 연교가 기우에게 과외비를 주는 장면은 주려고 하는 월급에서 얼마를 제하고 돈을 주면서 물가상승률을 운운하는 등 대단히 자세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사건의 시작인 물려준 과외 자리조차 민혁이 수석과 함께 기우에게 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나마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준다고 볼 수 있는 초반부의 피자 상자조차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연출은 마치 유산 계급이 무산 계급에게 제아무리 많은 것들을 하사하더라도 결코 변하지 않을 사회 구조를 암시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연교가 백화점에서 다송의 생일 파티에 쓰일 식재료와 와인을 기사인 기택에게 계속해서 떠넘기는 장면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서로 자유롭게 주거나 받는 건 비슷한 처지의 문광과 기우의 가족들이다. 젖병과 폰을 두고 벌이던 실랑이는 수석과 미트볼 종국에는 칼과 케이크의 등가교환애서 절정을 이룬다.


2. 간략 인물 분석: 기택
두번째로 맥주 마시는 장면에서 삿포로 맥주를 마시는 충숙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 중에서도 기택의 욕망은 단연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을 만나면서 계속 같은 방향이 아닌 대면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운전대나 인디언 복장을 할 때 클로즈업 쇼트-리버스 쇼트로 이를 표현한다. 이는 결국 박사장이 동일한 형태의 인디언 모자를 뒤로 살짝 밀어 사회적 우위를 드러낼 때 좀 더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본다면 연교와 함께 사우나실에서 나눈 이상한 악수 자세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3. 인상적인 쇼트
먼저 기우 가족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는 폰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박 사장의 집 밖에서 잡은 롱 쇼트이다. 카메라의 위치가 잠시 후 다송의 인디언 집이 놓여질 자리라는 점에서 마치 미래에서 미리 찾아온 시점 쇼트처럼 보인다. 실제로 다송은 극 중에서 깜빡이는 전등을 보고 모스 부호로 불완전하게나마 해석을 시도한다.

다음으로 차고에서 탈출해서 반지하 집으로 내려가는 중 뒤를 돌아 계단 아래로 세차게 흘러가는 빗물을 보는 기우의 시점 쇼트이다. 영화 장르만이 살릴 수 있는 묘미이고 마치 관객을 향해 다가오는 물길로도 보였다. 쇼트의 지속 시간 역시 적당하게 설정되었다.

그리고 기정이 검은 물이 역류해서 올라오는 것을 몸으로 막고 젖은 담배를 피우는 걸 측면에서 찍은 쇼트이다.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 같던 사회 시스템이 동일한 자연 현상을 만나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문광이 변기에 토를 하는 쇼트와 병치하는 편집 방향 역시 뛰어난 선택이다. 아마 이 영화를 떠올리면 생각날 두 장면 중 하나이다.

나머지 한 장면은 역시나 칼과 케이크를 등가교환하는 쇼트이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앞서 살펴본 주고 받는 것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고려하면 더욱 흥미롭다.

4. 에필로그: 기우의 환상 혹은 페러다임 전환
두번째 페이드 혹은 디졸브 이후 즉, 살인이 발생한 7월 1일 이후이다. 사수를 겪고도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한 기우는 '수석'으로 머리를 두 대나 맞는다. 왜 살 것 같던 기정은 죽고 기우는 살아남았는가? 어쩌면 이 장면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머리를 심하게 다친 기우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컷과 컷 사이의 시간 여백이 갑자기 길어지고 끊임없이 보이스 오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택이 쓴 편지가 보이스오버로 깔릴 때 음악은 월광(문광) 소나타이다. 그러나 이를 고장난 센서등을 보고 모스 부호로 이루어진 신호로 착각하는 정신병자의 단순한 망상으로 볼 수는 없다. 어쩌면 숨겨진 사회 이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각을 가진 사회 수석 김기우의 페러다임 전환은 아닐까. 이제 기우의 눈에는 박 사장이 박동익으로 불리지 못한 그 때와 달리 의사 같지 않은 의사와 경찰 같지 않은 경찰이 보인다.

감독은 이런 결론을 단지 그 뿐이라는 간편하면서도 거짓으로 미학화된 하네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다시 한번 아이 레벨로 내려오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마무리하는 윤리적 선택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5. 함께 연상된 영화 (자기 작품 제외)

김기영, 하녀
구로사와 아키라, 천국과 지옥
스탠리 큐브릭, 샤이닝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
브라이언 드 팔마, 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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